남북정상회담, 사상 처음 南서 열린다…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남북 정상회담이 남측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과 2007년 1•2차 남북 정상회담은 모두 북한 평양에서 열렸다. 남북관계 진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으로 하는 대북 특사단은 6일 귀환 기자회견에서 “다음달 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구체적 실무협의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판문점은 북측 지역인 통일각과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이 나란히 위치해 있다. 3차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측 지역에 내려오게 된다.

남북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했을 때 조기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3차 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어느 쪽이 요구했다기 보다 개회식 북한 대표단이 내려왔을 때 조기 개최 입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면서 “양측이 편리한 시기를 정한 게 다음달이어서 일단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개최 시기는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은 판문점 연락채널과 국가정보원 라인을 통해 후속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 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재개는 남북 간 발전에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고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조기에 개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앞선 5일 대북 특사단과의 면담 및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언급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 발전에 대한 획기적인 제안을 했다”며 “지난 60일 동안 남북 관계는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친서와 특사를 교환하면서 신뢰가 많이 쌓였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언론 보도에서도 드러났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대북 특사단 관련 보도에서 “최고 영도자 동지(김 위원장)는 조선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북과 남 사이 다방면의 접촉, 협력,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심도있는 논의를 나누었다”고 보도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상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표현할 때는 ‘우발적인 충돌’ 같은 표현을 쓰지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 같은 표현은 쓰지 않는다”며 “북한이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특사단은 귀한에 앞서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남북 현안과 북핵 문제에 대한 연쇄 실무 회담을 진행했다.

북한은 특사단에게 예상을 뛰어넘는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비핵화 전제 대화’ 의사만 끌어내도 성공이란 관측이 나왔던 특사 회담에서 북한은 아예 “핵을 버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미국이 대화 조건으로 강조해온 ‘불가역적 비핵화’를 조건부이지만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북한이 ‘핵동결’ 선에서 협상을 시도하지 않고 ‘핵 폐기’ 가능성을 명백히 밝힘에 따라 북미대화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번 주 후반 미국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특사단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근거로 미국에게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처음으로 정부 당국자와 접촉한 김 위원장의 협상 스타일도 미국과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서 원장은 일본을 찾아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북핵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측은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도 밝혔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 같은 합의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이유를 사실상 대부분 제거한 셈이 됐다. 태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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