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극 발언 자제… 기존 전략 무기는 공개


북한이 8일 실시한 열병식은 지난해에 비해 ‘로 키(Low Key)’로 진행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핵무기 도발 위협을 하지 않았으며 과거에 비해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지난해 11월 발사 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등 기존에 선보였던 전략 미사일들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열병식 연설에서 “지구상에 제국주의가 남아있고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보검으로서의 인민군대의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침략자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0.001㎜도 침해하거나 희롱하려 들지 못하게 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대미 발언은 최근 열병식과 비교해 다소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계기 대규모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이 미제(미국)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해 줄 수 있다”고 위협했다. 지난해 4월 열병식 때에는 김 위원장 연설이 없었으며 2016년엔 열병식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에 신형 전략 미사일을 선보이지 않았다. 이날 공개한 ICBM ‘화성 14형’은 지난해 7월 두 차례 시험발사한 것이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도 지난해 4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후 시험발사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 김일성 105번째 생일에 열린 열병식에서 바퀴 16개 달린 대형 이동식 발사 차량에 탑재한 탄도미사일 등 새로운 무기를 다수 공개했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3형’은 개발 막바지 단계였을 텐데 이번에 공개하지 않았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 무드에 상당한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날 대규모 열병식을 여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을 의식한 메시지가 숨어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외적으로 대미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내심 북•미 대화의 여지를 남겨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날 열병식을 생중계하지 않는 대신 저녁에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영상을 방송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100번째 생일에 연 열병식부터 지난해까지 5차례 열병식을 모두 생중계했다.

다만 북한의 의도를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자 ‘백전백승의 혁명강군’이라는 제목의 정론을 통해 “조선인민군은 태평양 작전지대 안의 미군 기지들은 물론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두고 있는 강력한 핵타격 수단들을 보유한 무적의 강군”이라고 주장했다.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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