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대만여행법’ 만장일치 통과


미국 상원이 이른바 ‘대만여행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법은 미국과 대만 양국의 고위 공직자가 자유롭게 상대 국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이 깨지게 된다. 최근 초장기집권 계획을 드러내며 권력 강화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뒤로 물러서기 어려운 사안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 상원에서 대만여행법이 통과된 것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이 법안이 효력을 발휘할 경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하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법안 통과에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면서 “이미 미국 측에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만여행법이 지난 1월 9일 미 하원을 통과했을 당시에도 이미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에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망은 당시 자칭궈 베이징 국제관계학원장을 인용해 “대만여행법이 발효될 경우 미•중 관계에 엄중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양국 사이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겨 급기야는 단교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대만여행법은 “모든 직급의 미국 당국자가 대만을 방문해 상응하는 대만 당국자와 회담할 수 있다” “대만 고위관리가 방미해 국방부와 국무부를 포함하는 당국자와 만나는 것도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미국과 대만 사이 ‘모든 수준’에서 자유로운 상호방문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을 미국과 대등한 또 다른 ‘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나는 셈이다. 하원에 이어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종 서명 절차만 거치면 발효된다.

중국은 최근 시 주석 체제 아래에서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시 주석이 다른 국가들에 대만과의 수교를 끊도록 압박하면서 대만의 수교 상대국은 20개국까지 줄어들었다. 지난 1월에는 대만 측과 사전 협의 없이 대만해협에 새 민간항공기 항로를 개설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친대만 정책은 중국의 전략과 정면충돌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미 관계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 대만과의 교류와 관계개선을 중지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중국 심기를 거스르는 미국의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군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과 미국의 연례 방위산업 콘퍼런스가 16년 만에 대만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콘퍼런스는 2002년 시작된 후 중국 반발을 우려해 미국에서만 개최돼 왔으나 상반기 대만에서 다시 재개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과의 군사 교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018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서명한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다. 조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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