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대상포진, 합병증이 더 무섭다… 치매 위험도↑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매일 손자를 돌봐온 박모(67•여)씨는 얼마 전 목욕하다가 얼굴에 번개가 내려치는 듯한 무시무시한 통증을 느꼈다. 작고 붉은 물집이 띠 모양으로 코와 입 주변에 퍼졌다. 처음엔 뾰루지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안면 대상포진을 진단받은 박씨는 “주변에서 가슴 등 허리 쪽에 대상포진이 생겼다는 노인들은 종종 봤는데, 얼굴에도 걸리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씨는 항바이러스제와 통증 치료를 받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3명 가운데 1명은 ‘통증의 왕’으로 불리는 대상포진을 평생 한 번씩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도 대상포진 환자가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6년 대상포진 진료 환자는 약 70만명이었다. 2012년에 비해 4년 사이 20% 가까이 증가했다. 15% 가량은 얼굴 부위에도 발병하는데 이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특히 얼굴 대상포진의 경우 다른 부위보다 2차 합병증 위험이 크고 유형도 다양하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얼굴 대상포진 환자는 1년 안에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정상인보다 4.3배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도 보고됐다. 아주대병원 신경통증클리닉 최종범 교수는 “안면 대상포진이 혈관 염증으로 이어지고 뇌경색 등 합병증이 일부 환자에게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안면 대상포진에 걸린 후 치매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대만 연구진은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대상포진 환자와 정상인 대조군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안면 대상포진 환자군의 혈관성 치매 발병률이 1000명 당 10.15명으로 대조군보다 2.97배 높았다. 남성의 치매 발병률이 여성보다 높았다. 최 교수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안구에 침범한 대상포진이 뇌혈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50대 이상 장•노년층에서 잘 걸린다. 2016년 대상포진 진료 환자를 연령별로 봐도 50대가 25.5%로 가장 많았고 60대(19.6%), 40대(16.2%)가 뒤를 이었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면역력과 저항력이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근래엔 젊은 대상포진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2016년의 경우 18.3%가 20∼30대 환자였다. 김찬 원장은 “과거에는 노년층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최근 20∼40대 발병률도 느는 추세”라면서 “학업•취업 스트레스, 잦은 야근과 술자리 등 불규칙한 생활습관, 과도한 다이어트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젊은층이 느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처음에는 으슬으슬 춥고 열이 나는 등 감기 몸살로 착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감기약을 먹는 등 잘못된 처방으로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할 수 있다. 대부분 피부 물집보다 4∼5일 앞서 통증이 나타난다. 따라서 극심한 통증 후 띠 형태 피부 물집이 일어날 경우 대상포진을 의심하고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민태원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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