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값… 청년들, 내 집 마련 자신감 ‘바닥’


한국 청년들이 가장 자신 없어 하는 것은 ‘취업’보다 ‘내 집 마련’이었다. 혼자 힘으로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마련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취업을 못했거나 가계소득이 적은 청년일수록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은 더욱 낮았다. 청년층에게 시급한 정책 수요가 일자리보다 집 문제에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청년세대의 삶의 자신감 및 사회 인식’ 보고서는 5가지 항목에 대한 청년층 인식 조사 결과를 담았다. 중•고교 재학생을 제외한 만 15∼34세 청년 2563명을 대상으로 ‘인간관계’ ‘연애 및 결혼’ ‘일자리’ ‘출산 및 양육’ ‘내 집 마련’에 대한 자신감 수준을 측정했다.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를 내 본 결과 자신감 점수가 가장 낮은 항목은 3.13점을 기록한 내 집 마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일자리(3.26점)보다도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사회에 나가기 직전 시기인 20∼25세의 평균 점수가 가장 낮았다. 3.00점을 기록하며 직장에 다니는 이들이 많은 25∼30세(3.08점), 31∼34세(3.26점)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자신감이 높기는 했지만 일자리 항목보다 점수가 낮기는 매한가지였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청년층 자신감의 격차는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나타났다. 부유한 부모를 가진 이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한 자신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연평균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가정에 속해 있는 청년의 경우 내 집 마련 평균 점수는 2.87점에 불과했다.

반대로 7000만원 이상 연소득을 올리는 가정에 속한 청년의 평균 점수는 3.26점을 기록했다. 집 문제에 있어선 남성이 여성보다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여성은 내 집 마련과 연애 및 결혼 항목에서 남성보다 높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인간관계(3.63점), 연애 및 결혼(3.39점)과 달리 청년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수록 자신감 점수가 낮다고 분석했다. 일자리보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자신감이 낮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인간관계는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지만 주거는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년에게 일자리보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점은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만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71만원이다. 서울에서 평균 수준인 5억원대 아파트를 구하려면 월급을 한 푼 안 쓰고 꼬박 12년 이상 모아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 미취업자의 희망임금이 남성은 월 244만5000원, 여성은 월 175만6000원이라고 밝힌 점을 보면 청년에게 내 집 마련 문턱은 더욱 높은 셈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 집중돼 있는 일자리보다 원하는 주거를 마련하는 것에 정책 지원 욕구가 더 크다”는 보고서의 제언도 그래서 나온다.

정부 역시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복지 문제 해결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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