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는 가고 ‘뱅킹’만 남는다… 은행점포 작년 280곳 폐쇄


은행 점포 ‘멸종시대’다. 1년 새 국내은행의 영업점포 280여곳이 문을 닫았다. ‘뱅크’는 사라지고 ‘뱅킹’만 남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온라인뱅킹,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디지털화 흐름이 거세다. 은행들은 자산관리, 부동산 상담 등 다양한 기능을 더한 ‘복합점포’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늘도 짙다.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융복합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금융거래 소외계층의 불편은 더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시중•지방•특수은행 19곳의 영업점포가 6853곳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6년 9월 말과 비교하면 282곳이나 감소했다. 은행 영업점포는 2007년 3월 말 이후 처음으로 7000개 선이 무너졌다.

영업점포 다이어트를 촉발한 것은 디지털이다. 인터넷뱅킹 사용자가 크게 늘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뱅킹이 확산되면서 영업점포를 거치지 않는 ‘비대면 채널’이 주요 영업창구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은 1억3505만명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다. 모바일뱅킹 고객은 전년 대비 16.0%나 늘었다.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의 비대면 강화 추세를 부채질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사실상 인터넷은행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씨티은행은 2016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33곳이던 국내 지점•출장소를 44곳으로 줄였다. 은행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감축이다. 점포 통폐합과 함께 지난해 6월 공인인증서 없이 800여가지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내놓았다.

은행 점포가 사라지는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지현 수석연구원의 ‘미국 은행, 디지털화의 확대로 점포 폐쇄 가속’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미국의 은행 영업점포는 1년 만에 1765곳이나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점포가 폐쇄된 것이다.

보고서는 “은행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영업점 감축을 시작했다”며 “소비자들이 모바일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선호하면서 점포가 줄어도 다른 채널을 통해 충분히 수신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 속에 은행들은 점포 혁신을 생존전략으로 선택하고 있다. 은행업무뿐만 아니라 투자나 부동산 상담도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복합점포’가 대표적이다. KB금융은 은행과 증권 복합점포를 50곳이나 운영하고 있다. 계속해서 복합점포 수를 늘려갈 방침이다.

다른 산업과 은행 점포의 결합도 확산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문화공간과 은행을 결합한 ‘컬처뱅크’를 선보였다. 올해 상반기에 4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은행 점포에 카페를 접목한 특화점포 ‘카페 인 브랜치(Cafe In Branch)’를 열었다. 홍석호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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