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의 ‘이중섭’, 쇼핑몰의 ‘베토벤’, 지하철의 ‘시’… 일상, 예술이 되다

江原道横城SA女子トイレのイ・ジュンソプの絵

우연히 들른 화장실에서 화가 이중섭의 그림을 보게 된다면. 쇼핑몰에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을 듣는다면. 지하철을 기다리며 시인의 시를 읽는다면. 그림이 걸린 화장실, 음악을 들려주는 쇼핑몰, 시가 있는 지하철역처럼 예술의 옷을 입은 공용 공간이 우리의 일상을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정혜주(39•가명)씨는 최근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가 횡성휴게소에 들렀다. 아무 생각 없이 들른 화장실 입구 전면에 강렬한 색감의 커다란 그림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중섭의 작품 ‘길 떠나는 가족’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화장실 곳곳에 이중섭이 그린 여러 가지 소 그림이 걸려 있었다.

정씨는 “이중섭의 그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보니까 신기했다”고 말했다. 횡성휴게소 관계자는 “횡성은 한우로 유명하기 때문에 한국적인 황소 그림을 찾아 화장실을 꾸몄다”며 “방문객들이 재미있게 봐주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한국도로공사가 2016년부터 특색 있는 휴게소 화장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국 곳곳에 이런 화장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사무공간이자 쇼핑몰인 IFC몰에서 감미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모차르트 ‘터키행진곡’, 쇼팽 ‘안단테 스피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대부분 클래식 음악으로 출근길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클래식 전문 컨설팅 업체가 계절과 시간 등을 고려해 고른 음악들이다.

IFC몰의 개점 시각은 오전 10시이지만 아침 8시부터 음악이 흐른다. IFC몰은 5•9호선 여의도역과 연결돼 있어서 인근 회사원들은 아침마다 이 건물을 지나게 된다. IFC몰 관계자는 “여의도 직장인들이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개점 시간보다 2시간 일찍 음악을 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탑승객들은 언제든 승강장 스크린도어에서 시를 감상할 수 있다. 2호선 잠실역에는 시인 이정록의 ‘서시’가 게재돼 있다. ‘마을이 가까울수록/나무는 흠집이 많다//내 몸이 너무 성하다.’ 이렇게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 유명 시인의 시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시민들의 시를 만날 수 있다.

현재 감상할 수 있는 시는 모두 1210편으로, 스크린도어 4840개면에 게시돼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다. 초반에는 작품성이 낮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심사위원회를 꾸려 지속적으로 수준을 높여가면서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시민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객 10명 중 8명꼴(82.9%)이 스크린도어의 시를 읽은 것으로 나타났고, 10명 중 9명 정도(87.6%)는 “시에서 좋은 느낌을 받는다” “공공장소에 어울린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시는 다음 달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작시 공모를 실시하고 선정된 시를 오는 11월쯤 게시할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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