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삼국지’… 한•중•일 호랑이 그림 한자리에


호랑이 그림 ‘삼국지’가 펼쳐졌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한국•중국•일본’전에 ‘용호도’ 등 삼국의 회화 조각 공예 등 145점이 나왔다. 포효하는 호랑이 그림 병풍에서 남성용 호랑이 모양 변기까지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무엇이 같고 다를까. ‘호랑이 굴에 가야 호랑이를 잡을 수 있다’는 속담이 삼국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것에서 보듯 호랑이의 이미지는 비슷하다. 3국 모두 호랑이는 수호신, 군자, 전쟁과 무용(武勇)을 상징하고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문화에 따라 표현 방식은 서로 다르다.

먼저 한국을 보자. 부릅뜬 눈은 불을 뿜는 듯하고, 수염 하나하나, 터럭 한 올 한 올이 살아 있는 듯하다. 몸을 돌려 정면을 향한 자세는 그림 밖으로 튀어나올 듯하다. 이는 현존하는 최대 ‘용호도’ 대형 걸개그림으로 용과 호랑이가 쌍을 이룬 것이다. 조선 말 관청의 문비(門扉)나 대청에 붙였던 세화였던 것으로 짐작이 되는 작자 미상의 작품인데 보기 드물게 장쾌한 스케일이면서도 사실적이다.

호랑이는 사대부의 출사의 상징으로 사랑받았다. 한국 호랑이 회화가 갖는 사실감의 정수는 조선 후기 화원화가 김홍도(1745∼1806)의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 ‘죽하맹호도(竹下猛虎圖)’이다. 이 둘을 포함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맹호도’ 3점이 모처럼 총출동했다.

일본은 호랑이가 서식하지 않지만 선종 사원으로 유입된 중국 송대 용호도의 영향으로 용호도가 유행했다. 실제로 보지 않아서인지 상상력은 더 풍부하다. 짙은 먹빛 배경에 마치 무협지 속 호랑이처럼 신출귀몰해보인다. 에도시대 간쿠(1749∼1838)의 ‘호랑이와 파도를 그린 병풍’은 파도치는 해변가에 호랑이를 배치했다. 파도 무늬와 호랑이 줄무늬를 서로 연결해 포효하는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에도 중후기에는 서양화의 영향을 받아 호랑이를 마치 고양이처럼 귀엽게 그린 그림이 유행했다. 민화 호랑이와 대비해 보면 재미있다. 사생력과 장식력을 갖춘 마루야마 오쿄(1733∼1790)의 ‘호소생풍도’는 화려하면서도 장식적인 일본 특유의 호랑이 그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의 호랑이 그림 기원은 중국이다. 중국 상대(商代)의 옥호(玉虎)를 비롯해 호랑이 토템을 보여주는 지배층의 무기, 호랑이 도자 베개 등 벽사와 호신을 기원하는 다양한 공예품이 출품돼 유구한 호랑이 미술의 역사를 보여준다.

중국 고대 유물인 호랑이 모양 꼭지가 달린 순우(항아리 모양 악기)는 전쟁과 무용의 상징인 호랑이 이미지의 출발이다. 춘추시대 역사서에는 양쪽 군대가 대치할 때 이 악기를 두드려 진격 명령을 내리고 사기를 북돋우기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기념해 일본 도쿄국립미술관, 중국 국가박물관과 공동으로 전시를 꾸렸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호랑이 그림 전시는 1998년 개최한 ‘우리 호랑이, 虎’이후 20년 만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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